개인상담

사람 만나는 게 점점 귀찮아지는데,
막상 혼자 있으면 외롭습니다

2026. 09. 18

아래는 가상 대화 장면입니다. 특정 내담자의 사례가 아니라, 일어날 법한 상황을 구성한 것입니다.

토요일 오후 네 시. 단톡방에 알림이 뜬다.

“다음 주 토요일 저녁에 모이기로 했어. 다들 시간 되지?”

“난 좋아”

“나도. 오랜만이다 진짜”

“○○이는? 요즘 통 안 보이네”

그는 화면을 보다가 휴대폰을 엎어놓는다. 저녁을 차리고, 설거지를 하고, 소파에 앉는다. 두 시간쯤 지나 다시 휴대폰을 든다. 대화가 스무 개쯤 더 쌓여 있다. 그는 한참 스크롤을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타이핑한다.

“미안, 그날 좀 일이 있어서”

“아 진짜? 아쉽네”

“다음에 꼭 보자”

“응 다음에”

보내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다. 편해졌다는 게 조금 이상하다.

다음 주 토요일 밤, 단톡방에 사진이 올라온다. 식당 테이블, 잔을 든 손들, 웃는 얼굴들. 그는 사진을 확대해서 한 명씩 본다.

들여다보기

사람을 만나는 게 점점 귀찮아질 때가 있습니다. 약속을 잡는 것도, 연락을 주고받는 것도 번거롭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막상 혼자 있으면 외롭습니다.

이럴 때 한 번쯤 멈춰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정말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은 걸까요?
아니면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도 망설이고 있는 걸까요?

처음 모임 소식을 봤을 때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오랜만이라 어색할 텐데.’
‘무슨 말을 하지?’
‘다들 자기 이야기를 할 텐데 나는 무슨 이야기를 하지?’
‘괜히 갔다가 나만 겉돌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이 따라왔고, 결국 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때의 나에게는 가지 않는 것이 더 편하고 안전한 선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실제로 혼자 있는 상태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는 상태를 나누어 봅니다. 뒤쪽을 인지된 고립이라고 부릅니다. 이 느낌이 오래 이어지면 관계에서 오는 신호를 조금 더 조심스럽게 읽게 되고, 만남을 떠올릴 때 편안한 장면보다 어색한 장면이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다만 한 번쯤 살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언제부터 사람을 만나는 일을 이렇게 망설이기 시작했을까?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있을 수도 있고, 뚜렷한 사건 없이 조금씩 그렇게 변해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경험하고 있었을까요?
사람을 만나는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요?

그리고 지금은 어떨까요.

혼자 있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모습인지, 아니면 사람을 만나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도 여러 생각과 망설임 때문에 한 발 물러서고 있는 것인지.

사람을 피하고 있는 나를 탓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지 알아차려보는 것.

어쩌면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첫걸음은 사람을 더 많이 만나는 것이 아니라, ‘나는 사람과 어떤 관계를 원하고 있는가’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 질문은 혼자서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망설임은 그 순간에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지나고 나면 그저 ‘오늘은 피곤해서’로 남기 때문입니다.

‘가고 싶다’는 마음과 거절을 보낸 손 사이, 그 몇 초 사이에 무엇이 지나갔는지는 옆에서 함께 멈춰 세워 봐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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